식탁 덮친 폭우…오이·깻잎 1주일새 70% 폭등

입력 2023-07-21 17:50   수정 2023-07-22 01:41

21일 중복을 맞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50대 주부 임모씨는 채소 판매대 앞에서 한참 서성였다. 지난주보다 농산물 가격이 눈에 띄게 올라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임씨는 “삼계탕과 함께 먹을 오이김치를 담글까 했는데 오이 부추 등 재료비가 너무 부담된다”며 “배추겉절이를 할지, 오이김치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7배에 해당하는 3만4353㏊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전국 유통채널에 공급되는 농산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2~23일 또 한 번의 비 소식이 예고된 만큼 소비자 사이에선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KAPI 1주일 사이에 30% 급등

이날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백오이(5개입)는 한 달 전(4980원)보다 40.2% 급등한 6980원에 판매됐다. 백숙용 닭(500g·두 마리)은 16.0% 오른 1만1580원이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최근 1주일(14~20일)간 KAPI는 31.3% 급등해 162.59를 나타냈다. 테란에서 집계하는 22개 작물 중 15개가 지난주보다 가격이 올랐다.

국내산 오이는 79.2% 급등한 ㎏당 2610원에, 깻잎은 74.2% 오른 8389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크다. 상추(233.1%) 애호박(101.7%) 부추(77.3%) 등 폭우에 품질이 떨어진 농산물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추석까지 가격 오르나
이런 흐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폭우 피해가 큰 중부지방에 주요 채소 산지가 몰려 있어 후폭풍이 예년에 비해 더 거세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작물 상당수는 침수 피해를 봤고 계속된 장마에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작물도 상당수다.

생육기에 충분한 햇볕을 쬐어야 하는 오이는 생육이 부진해 이달 출하량이 전년 동월보다 40%가량 줄어들었다. 강원 홍천처럼 노지 재배를 주로 하는 지역에서는 밭 전체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애호박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가까스로 확보한 물량도 30~40%는 품질이 나빠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날씨가 계속 좋지 않으면 추석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파는 경기와 충청 지역에서 수확 작업이 더딘 상태다. 다음달 강원도에서 대파가 출하되기 전까지는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닭고기 가격에도 영향
여름철은 삼복(초복 중복 말복)과 휴가철 성수기로 연중 닭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이런 상황에 집중호우로 닭이 폐사하면서 닭고기 가격도 급등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7월 10~19일 호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폐사한 79만7000마리의 가축 중 닭이 92.7%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육계(고기용 닭)였다.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양계 농가가 몰려있고, 몸집이 크지 않은 닭이 폭우에 쉽게 떠내려갔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날이 더워질수록 양계장 온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비용이 늘어 닭고기 가격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우로 인한 닭 폐사량이 전체의 1% 미만이기 때문에 공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닭고기 가격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1㎏ 소매 가격은 1년 전보다 11.5% 올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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